새해를 맞아 희망과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기 전에, 먼저 무안공항 사고로 소중한 생명을 잃은 분들과 그 가족들께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계신 모든 분들께 위로와 연대의 마음을 전합니다. 치유와 위로가 필요할 때 언제든 걸으러 오실 수 있도록 제주올레는 늘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지난 한 해도 제주올레와 함께 걸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걸음 하나하나가 모여, 제주올레는 또 하나의 꿈을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수백 명의 따뜻한 마음이 더해져, 지난 11월에는 간세스테이션이라는 새로운 쉼터가 문을 열었습니다. 이 쉼터는 단순한 공간을 넘어, 걷는 이들의 작은 베이스캠프가 되어줍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깨닫습니다. 길이 가진 가능성은 무한하며, 걷는 이들과 함께할 때 비로소 완전해진다는 것을.
2024년에는 ‘찾아가는 제주올레’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서울의 일상 속에서 열린 ‘제주올레걷기학교, 지금올레?’는 누군가에는 걷기의 세계로 이어주는 첫 발이 되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도시에서도 걷기의 여유와 기쁨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제주올레여행자센터에서 처음 시도한 ‘시작올레’는 ‘아카자봉 함께 걷기’와 ‘워킹메이트’처럼 두려움으로 시작하는 올레 초보자에게 올레길 여정을 친근한 동행으로 바꾸는 마법 같은 순간들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제주올레 어린이 청소년 학교’를 통해 제주도 내 초·중·고 13개 학교, 1천2백39명이 제주올레를 통해 지역을 더 잘 이해하고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히 감동적인 것은 제주올레의 이야기가 이제 세계와 공명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과의 인연, 세계 곳곳의 우정의 길과 자매 길들은 제주올레의 이야기를 더 멀리 전했습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이 같은 길 위에서 제주의 돌담과 바다, 오름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깨달았습니다. 길이란, 우리를 이어주는 끈이며, 걷기란 그 끈 위에서 함께 써 내려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것을.
2025년, 우리는 더 많은 이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는 ‘문턱 없는 올레길’을 꿈꿉니다. 누구나, 어디서나, 자신의 속도와 방식으로 시작할 수 있는 열린 길이 되고자 합니다. 제주올레걷기학교를 전국으로 확장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걷기의 문턱을 낮추겠습니다. 특히 어린이 청소년들이 더 즐길 수 있는 제주올레 프로그램을 고민하겠습니다. 온라인 콘텐츠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올레길을 만날 수 있도록 하는 일에도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새해 첫 프로그램은 탐사팀의 든든한 동반자였던 트럭 교체를 위한 모금 캠페인으로 시작합니다. 수년간 20만km를 달리며 길을 정비해온 이 트럭은 길을 걷는 모든 이들의 안전과 편의를 지켜주는 숨은 영웅이었습니다. 새로운 트럭이 더 많은 꿈을 실어 나를 수 있도록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2025년에는 세계와의 연결고리도 더욱 단단히 엮겠습니다. 외국인 올레꾼과의 교류를 활성화하고, 산티아고 순례길과의 공동 완주 인증제도, 해외 트레일과의 네트워크를 더욱 촘촘하게 구축하여 제주올레를 세계적인 걷기 여행길로 만들어 가겠습니다. 규슈올레, 몽골올레, 미야기올레 같은 자매의 길과 함께 길을 통해 인연을 나누고 문화를 교류하는 시간도 더 자주 만들겠습니다.
길은 국경도, 언어도 구분하지 않습니다. 처음이라 망설이는 분도, 혼자라 걱정하는 분도 모두 환영합니다. 각자의 속도와 방식으로 걸을 수 있도록 제주올레는 문턱을 낮추고 다리를 넓혀가겠습니다. 걷기의 가치와 힘을 이미 알고 있는 여러분이, 아직도 걷기의 세계로 입문하지 못한 수많은 이웃들에게 먼저 제주올레를 알려주세요. 제주올레를 꼭 닮은 자매의 길을 알려주세요.
2025년, 더 많은 이들이 올레길에서 걷기의 기쁨을 발견하고 새로 시작할 수 있는 해로 우리 같이 만들어 갑시다. 새해에도 복 많이 짓고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제주올레 대표이사
안은주 올림